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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프로젝트] 중섭 VR : 좋은 가상현실 콘텐츠란 무엇일까?_1 부제: 내가 360 영상을 만들지 않은 이유

sunghye 2020. 2.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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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VR이라고 하면 실감형 콘텐츠를 이야기한다. 언뜻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VR 기기를 착용하는 순간 우리는 현실처럼 360도의 공간을 둘러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VR이 지향할 방향은 오히려 현실감이 아니라 비현실감이라고 생각한다. 필름사진 시대에서 디지털 카메라가 나온 뒤 이런 말이 있었다. "모든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지향한다" 디지털 기기들은 가능한 더 현실적으로 현실을 닮게, 모방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닮고자 한다는 것은, 모방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닿으려 하지만 결코 진짜에 닿을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마치 수학에서 점근선 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진은 오히려 독자적인 예술이 될 수 있었다. 현실을 그대로 모방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진 고유의 미감을 발견하면서 사진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된다.

VR이라는 콘텐츠도 지금은 가능한 현실적으로 현실을 모방하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VR의 기술수준으로는 현실을 뛰어넘을 수 없다. 무려 네셔널지오그래픽이 제작한 360 영상을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sPyAQQklc1s

 

사람에 따라서 360영상은 360이지 VR이 아니라고도 말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VR과 360 영상을 차이 없이 부르고 있으니 VR의 범주로 넣겠다. 360 카메라는 실감나는 화면을 제공하지만 우리가 평소 디스플레이로 보는 4K 영상만큼 화질이 좋지도 않고, 무엇보다 거리감이 느껴질 수 없다. 디스플레이를 360도로 펴 놓은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360 영상 기술이 더 발전해서 화질개선과 거리감이 느껴지게 되면 모를까, 아직은 이 정도 기술로 가상현실의 실감성을 말하기 많이 아쉽다. 또 360영상은 인터렉션 요소를 넣기도 어렵다. 미리 찍어놓은 화면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하여 정말 내가 사파리 한 가운데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입체감과 눈으로 보는 것같은 생생한 화질이 구현되면 모를까 360영상은 아직까지 아쉬움이 많은 VR 기술이다. 저화질과 밋밋한 느낌을 감수하고서라도 표현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고 그것으로 독자적인 미감을 형성한다면 모를까, 현실을 닮기 위한 실감형 콘텐츠로서 360은 아쉬움이 많다. 아직 360으로 된 아주 좋은 작품을 만나지 못한 것도 내가 360 영상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정말 괜찮은 360 영상이 있다면 추천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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