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드 자격증은 겨울내내 따야지,, 따야지,,, 하면서 하지만 추우니까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따자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봄이 오기도 하고 더는 미룰 수 없어 따게 되었다. 원래 수영을 못하는 편은 아니라서 실기 시험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게... 따긴 했는데, 교육받는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꽤 벅찼었다. 매주 주말마다 하루종일 수영을 하고 오면 집에 돌아와서 잠이 잘 올 것 같지만, 오히려 근육통에 새벽에 깨는 일이 많았다. 또 근육통 때문에 주중에는 한의원 신세를 진 적도 있다. 당신이 수영체력이 어느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라이프가드 자격 시험에 붙기는 쉬울지 모른다. 그러나...라이프가드 교육일정을 다 소화해 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나보다 훨씬 힘들어하면서도 그래서 주중에도 더 열심히 새벽수영과 저녁수영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한주마다 채워 나가는 동기들을 보며 나도 동기부여 되는 날들이 많았다. 무슨 일에서든 어떻게든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참 감동적인 일이다. 이렇게 한달간의 교육 소감을 요약한다.
라이프가드를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다음의 것들을 신경써서 하면 좋을 것 같다.
1. 수강신청
밤 12시 정각에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에서 땡! 하고 시작하였고, 40명 모집이었는데 3분? 4분만에 마감되었다. 평소 10시에 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밤 12시까지 잠을 자지 않고 버티는 일이 힘들었다. 그리고 사실 에이 이게 뭐라고 누가 이렇게 열심히 신청하겠어?라고 생각하고 수강신청조차 못할뻔 했다. 다들 라이프가드 수강신청을 만만히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음을 미리 준비하자.
-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 회원가입
- 사진 미리 준비! : 수강신청을 할때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나는 증명사진이 없어서 6개월 전 사진이 아니라 6년전 취업준비 할 때 사진을 썼는데 사진은 반드시 증명사진일 필요는 없어보였다. 동기분 중에서는 프로필 사진같은 측면으로 예쁘게 나온 사진으로 자격증을 받으신 분도 있었다.
- 크롬 외 웨일 등 다른 브라우저 : 나는 주로 사용하는 크롬으로 결제 단계까지 빠르게 넘어갔었는데, 갑자기 결제가 막히는 일이 발생했다. 인터넷 결제 할 때 한번도 이런일이 없었고 낮에도 크롬으로 인터넷 쇼핑 다 했었는데! 그런데 홈페이지가 문제였는지, 뭐가 문제였는지는 모르겠는데 결제가 안되었다. 이런 상황도 있으니 다른 브라우저도 셋팅해주자.. 나 말고 누군가는 브라우저 때문에 수강신청에 실패한 사람이 분명 있을거다..
2. 라이프가드 교육 자격 시험
교육은 1일차에는 라이프가드 교육 자격 검정시험을 본다.
지사마다 기준이 다르긴 한데 서울지사는
자유형 100m, 평영 100m을 쉬지 않고 이어서 4분 30초 안에 들어와야 한다. 다른지사는 5분인 곳도 있었다.
그리고 잠영은 15m를 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은 첫날부터 25m를 하셨다.
40명 중 8명이나 떨어졌으니 시험 참 빡빡하게 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나는 기준은 4분 30초라고 하긴 했는데, 이건 자격증 시험이 아닌 교육 참가 자격 시험이라서 그런지 약간 봐주신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다만 떨어진 분들 중에는 100미터를 한 번에 못 도신 분들도 있었다. 들어가시면서 스몰토크로 내게 100미터 안쉬고 돌 수 있냐고 물어본 분이 계셨는데(네???), 훈련은 워밍업으로만 거의 1km씩 돌기 때문에 수영 기초체력은 꼭 필요하다. 시험에 떨어지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 이럴 경우 교육비는 일부를 제하고 환불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타임에 2만원에 달하는 올림픽 수영장 입장료가 너무 아까우니 동네 수영장에서 적어도 200미터를 완주 할 수 있을때 등록하시면 좋겠다! 이게 교육 자격 시험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뒤에 훈련들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ㅠㅠ
일부러 빨리 갈 필요 전혀 없다. 그냥 안쉬고 완주를 할 수 있으면 4분 30초는 나온다. 일단 완주를 하시라.
3. 비용
비용은 다른분들이 소개해 주셨듯 교육비 25만원, 올림픽수영장 입장료 1타임 2만원(토요일), 2타임 4만원(일요일)이었다. 밥값은 별로 안든다. 왜냐면 훈련 중간에 밥을 맛있게/많이 먹으면 토할수 있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대충 사먹거나 집에서 간단히 싸오는 편이기 때문이다. 원래 너무 힘들면 입맛도 없다.
4. 훈련
우리 동기분들 중에도 블로그에 자세히 훈련들 뭐 했는지를 적어주신 분들이 있는데 나는 이제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훈련 내용의 세부사항은 다른 블로그 가서 보시라. 아무 생각 없이 하라는대로 하는게 훈련에 참가하는 사람에게는 제일 좋은 것 같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더 힘들다. 나는 그냥 시키는걸, 시키는대로, 아무생각없이 했다.
크게는
- 워밍업 (지옥)
- 횡영, 구조횡영 (새롭군!)
- 기본배영 (편한데?)
- 입영 (사바사)
- 중량물 (힘드네)
- 구조법 - 장비구조, 맨몸구조 (헷갈려)
- 풀기 (도망가자!)
- 심폐소생술 및 응급처치기초 (살면서 배워두면 좋음)
를 배웠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알려주는대로 하는 것 아닐까? 여기서 유튜브보고 저기서 블로그 보고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지만, 짧은 기간에 목표한 결과(시험 합격 요건)에 가까이 가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지금 나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방식을 체득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제일 좋은 선생님은 언제나 지금 나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다.
5. 알아두면 좋을 것
- 타올 및 잘 마르는 겉옷 : 큰 타올을 챙겨오는 분들도 있는데, 수영장 습식타올 쎄미가 최고인것 같다. 일단 몸이 말라있으면 안추운데, 젖어있으면 춥기 때문이다.
- 간식 : 중간중간 틈틈히 초콜릿이나 간식을 몰래 숨겨 먹는 것도 괜찮다. 숨겨먹어야 하는 이유는 이곳이 바로 올림픽 수영장이기 때문. 선생님들이 뭐라고 하시진 않지만, 수영장 고인물들에게 들키면 혼난다.
- 여분의 수영복/모자 : 수영복이 이렇게 얇은 옷인지 처음 알았다. 자꾸 물에 들어갔다가 밖에 나오고 땅에 쓸고 다니고 그래서인지 남자동기분들 중에는 수영복이 펑크가 나서 바꿔 입으셔야 했던 분이 꽤, 꽤 많았다. 여분의 수영복을 챙기지 않으면 민망한 일이 생길지 모르니 여분의 수영복은 꼭 챙기자! 모자는 라이프가드 교육생 흰모자를 주는데, 이게 잘 찢어지는 재질이라고 한다. 하나 더 챙기고 다니는걸 추천하셨다.
6. 시험날
필기 :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인 마장동 건물에서 필기시험을 본다. 문제는 20문제. 시험 문제가 굉장히 지저분(?)하다. 헷갈리게 낸다. 시험 치고 나서 떨어져있을까봐 덜덜 떨었다. 에이 설마 60점도 못맞겠어? 했는데 아마 간당간당하게 붙었을거 같다..^^....(휴,, 재시험볼뻔) 책 보는 것도 중요하고, 동기분들끼리 공유해주시는 내용들도 다 공부해두는 게 좋다.(이게 진짜 좋았다) 그리고 숙제로 자신이 만들었던 문제를 복기해서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아 그리고, 적십자사 연도 순서 문제가 나온다고 들어서 연도랑 사람 이름 외우느라 고생했는데, 우리 기수에선 그건 한문제도 안나왔다^_^ ( <- 1번, 2번 그냥 주는 기본문제부터 틀린사람 = 나)
실기 시험 팁:
심폐소생술 : 기세로 제압해야한다. 잘못해도 목소리가 크면 잘하는 사람처럼 보여서 괜찮다고 한다.
구술문제로는 나는 소아의 가슴압박 위치랑, 몇센티인지, 그리고 심폐소생술 자세를 취해보라는 문제가 나왔다. (성인 애니에 소아처럼 시범을 보여야 해서 헷갈렸으나 일단 그냥 믿고 가야한다.)
기본영법 평영 50, 횡영 50 : 평영은 물안경 쓰고, 횡영은 물안경 빼고 돈다. 이건 시험날이라서 수영 워밍업 못하니까 워밍업 하라고 내는 배려인것 같다(?)
잠영 : 25M를 가면 된다. 평소 훈련 때는 워밍업으로 숨찬 상태에서 자꾸 잠영을 시켜서 머리가 아픈날도 있었는데, 이 날은 안 힘든 상태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잠영으로 다 도착해서도 어? 벌써왔어? 했다.
중량물 : 머리 먼저 입수 / 헤드업 자유형으로 25미터 가서 / 중량물을 건져서 / 구조 횡영으로 25미터를 돌아온다.
* 중량물 할 때 가장 중요한 팁은 중량물을 잡을 때인것 같다. 숨이 찰것 같다고해서 중량물 바로 앞에서 들어가지말고 긴장하지 말고 2~3미터 전에 여유있는 척 들어가서 있는 힘껏 중량물을 들고 나와야 한다. 너무 가까운 것 보다 좀 멀리서 들어가는 게 오히려 더 잘 잡힌다. 중량물을 잡는 것에 실패하는 순간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깊숙하게 들어가서 중량물을 한번에 잡고(여기서 끈 잡으면 안된다) 가슴으로 딱 파지해서 물밖으로 있는 힘껏 올라와야 한다. 일단 올라오면 어떻게든 갈 수 있다. 잘 안되면 물 먹으면서 가면 된다.
그리고 구조횡영의 경우 남자 선생님들은 글라이딩 하지말고 빠르게 빡빡 차라고 하셨는데, 남자들은 근육이 장점이니까 이 방식을 활용하는게 좋을거 같지만, 내 경우에는 내 몸의 부력을 활용하여 평소의 글라이딩보다는 약하더라도 그래도 좀 하는게 더 잘 나가고 덜 힘들었다. 이건 각자 몸의 부력과 근력 수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자꾸 하다보면 감을 익힐 것이다. 훈련 할 때 이 방법도 해보고 저 방법도 해보자. 그러나 훈련 마지막 날에는 자기에게 제일 쉬운방법을 믿고 그대로 밀고 가야한다.
입영 : 어릴 때 물에서 많이 놀아본 사람이 편한게... 입영인 것 같다. 입영은 아무리 오래해도 크게 안 힘들었어서 내 팁은 도움이 되지 못할지 모르겠다.. 다만 뒤에서 지켜본 결과 입영을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오히려 팔을 좁게 벌리고 계셨다. 팔 넓찍하게 부력 확보해서 올려두고, 가슴 빵빵하게 폐에 풍선처럼 바람 힘껏 불어넣어 몸을 공기로 먼저 띄우고, 천천히 로터리킥으로 물잡는 느낌만 잘 잡으면 쉽던데(?)
부력이란게 사실 뼈가 무겁고 근육이 많으면 더 힘들고, 지방이 많으면 잘 뜬다고 한다.(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입영을 더 힘들어 하는 이유다)
나는 당당한 체지방 25%인간이라서 입영이 편했을수도 있으니 각자의 몸에 맞는 방법을 익히자. 입영은 또 마음이 편할수록 호흡이 규칙적이 되어 물에 뜨기가 편하니까 마인드를 여유롭게 편하게 갖는것도 도움이 된다. 모든 수영은 호흡이 불규칙해지면 힘들다.
구조법 : 이것도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전방에 익수자 발견!" 크게 외쳐주고, 딱 들어가서 팔동작 크게 보여주기식 제스쳐와 함께 "괜찮으십니까!" 두 번 외쳐주면 80%는 성공이다.
우리 기수에서는 가장 어렵다는 맨몸구조 - 수하접근, 장비구조 - 감아묶기가 나왔다. 그런데 훈련때는 잘 안돌아주시던 강사님들이 동작을 정확히 이해하고 취하기만 하면 은근슬쩍 잘 돌아주셔서 생각보다 쉬웠다.
풀기 역시 훈련때는 엄청 빨리 강하게 잡으시는 바람에 나도 기도확보를 못한채 끌려 들어가서 진짜 죽을뻔 했는데도 목을 안풀어주셔서 물 잔뜩 먹고 나왔었는데(진정한 익수자 체험), 시험 때는 엄청 아프게 잡지는 않으셔서 동작을 순서대로 제대로 취하는지만 보셨다.
경척추부상자 시험에는 머리지지법이 나왔다. 감독관님을 물 먹이는 바람에 약간의 감점을 받았을 것 같으나 대세에 지장은 없었다. 우리는 100점 맞으려고 시험보는게 아니니까! 라는 마음으로 실수해도 차분히 다음의 할일을 하자. 하지만 실전에서 경척추 손상 환자를 만나면 참 곤란할것 같다. 내가 마지막 가해자가 되면 안될텐데....
결과
우리 기수에서는 수강신청에 성공한 40명 중 8명이 떨어지고 32명이 남았었다. 그리고 첫날 교육을 마치고 2명이 힘드셔서 나가셨고, 중간에 부상으로 인해 또 2명이 중도 포기하셨다.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은 28명. 전원합격은 아니었으나, 끝까지 함께한 동기들 중 실기시험에서 떨어진 분은 없었다. 중량물, 입영, 잠영은 과락이 있기 때문에 해내지 못하면 바로 탈락이었다. 첫날부터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훈련때까지도 힘들어하시던 분도 계셨다. 속으로 아이고, 어떡하지... 싶었는데 주중에 한달간 매일같이 아침 저녁으로 수영을 연습하시더니 결국 해내셨다. 스포츠의 감동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한다. 라이프가드 시험은 선수 시합처럼 재능이 없으면 포기해야 하는 시험이 아니다. 조금만 버티고 계속하다보면 딴다. 그런데 수영이 본업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의 직장과 사회생활을 하는 와중에 끝까지 버틴다는게 쉬운일은 아니다. 단순히 체력적으로 힘든 것 뿐만 아니라 이제 나이가 있어서인지 몸에 심각한 무리가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건강하려고 시작한 운동인데, 오히려 이거 때문에 몸이 축나는 순간 내가 이걸 하는게 맞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같이 응원하면서 훈련을 받는 분위기 속에서 서로 더 열심히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이런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에서 함께 수영을 할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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