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껴쓰는 세가지가 있다.
시간, 돈, 에너지.
마음을 주는 일엔 세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늘 이 세가지가 부족해서 이 세가지 만큼은 조금만, 아껴서, 신중하게 쓰곤 한다.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시간과, 돈과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사람을 만나서 내 시간을 쓰고 에너지를 쓰고 돈을 쓰지 않는다. 본래적 에너지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래서인지 뭔가 물건을 사거나, 학원에 등록하는 일도 꽤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결정이 어렵지만 한번 결심한 건 끝까지 가기도 하고, 에너지를 불필요한 곳에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보통은 각종 후기와 리뷰들을 꼼꼼하게 다 찾아보고 뭔가를 결정하는 편이다. (물건도 좋은 걸 골라 오래 쓴다.)
그런데 이 날은 달랐다. 집 앞에 요가원이 개업했고, 이제 막 개업한 곳이었기에 당연히 후기를 찾아보아도 어디를 찾아보아도 후기는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다. 후기가 없으면 광고라도 있을 법 한데 광고도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이 요가원의 첫번째 회원이었다...^^;;) 집에서 하루요가까지 가는 거리 안에는 또 다른 요가원도 있다. 조금 더 세련된 인테리어와 젊은 선생님들이 계신 곳. 수업 종류도 다양했고, 코로나19를 방지하기 위해서 예약제로 운영한다는 곳이었다. 나름 IT에 친숙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건 나에게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된다. 그런데도 왜 나는 굳이 리뷰 하나 없는, 이제 막 개업한 곳에 들어가서, 시범 수업 한번 들어보지 않고, 방문한 날 바로 6개월 매일반을 등록하게 된 것일까?
알 수 없다.
인생에는 이렇게 평소와는 다른 매우 충동적인 결정들을 하는 날들이 있다. 그 날이 그랬다. 그냥 등록했다. 그것도 6개월 매일반으로. 수업 한번 듣지 않아보고 카드 결제부터 했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내가 했던 충동적인 결정(선택)들은 나쁜 결과를 낸 적이 없긴 하다. 인생에 꽤 즐거움이 된다. 2019년에 뜬금없이 산티아고 길에 오르던 날도 그랬고, 2021년에 요가를 매일반 등록한 일이 그렇다. 지난 6개월동안 나는 꽤 꾸준히,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요가원에 갔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꽤 강해진 것을 스스로 느낀다.
나는 충동적으로 요가원에 등록했지만 혹시 나처럼 원래는 리뷰를 꼼꼼하게 살피고, 결정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응암동 요가, 아쉬탕가 전문요가원 [하루요가]의 6개월 수련기를 남기고자 한다.
1. 하루요가 수련 방식
회원은 아쉬탕가 동작을 외워서 수련하고, 선생님은 지켜보면서 자세를 잡아주고, 동작을 도와줍니다.
하루요가는 정통 아쉬탕가를 마이솔 방식으로 수련하는 곳이다. 정통 아쉬탕가 마이솔 방식은 혼자서 수련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자기주도학습 같은 느낌의 요가다. 사실 처음엔 이게 정말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나는 요가를 처음해 본 사람이 아니다. 그간 이곳 저곳에서 요가를 배웠다. 헬스장 요가, 동사무소 요가, 요가원 요가, 여행지에서의 원데이 클래스 이런저런 다양한 선생님들의 요가 수업 방식에 익숙하고 관대한 편이다. 요가 종류도 꽤 많이 접해보았다. 하타요가, 빈야사, 발레요가, 시바난다, 아쉬탕가, SNPE, 플라잉요가, 인요가, 필라테스 요가 등등등 꽤 많은 요가를 접해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곳의 수업방식은 지난 요가 수련중에 가장 낯설고 당황스러운 방식이었다. 수업에서 선생님은 이렇게 저렇게 말로 동작을 알려주시더니 자꾸만 이제 혼자 해보라고 했다. 오, 맙소사. 나는 그냥 선생님이 하고 있는 동작을 적당히 따라만 하고 싶었다. 이미 하루종일 일을 하면서 머리를 너무 많이 쓰고 왔고, 그래서 그냥 머리는 안쓰고 선생님 동작을 보고 따라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꾸만 외워서 나 혼자 동작을 해보라고 하니, 동작이 틀릴까봐 조마조마 하고, 동작을 기억하느라 머리를 또 쓰기도 귀찮고, 또 왠지 구령 없이 나 혼자 동작을 취하는게 부끄럽기도 했다. 정말 6개월 매일반을 선불로 등록한 그 충동적인 선택만 아니었다면, 나 역시 원데이 클래스를 체험 하고는 냅다 도망갔을지도 모르겠다. 정말이다. 그런데 어쩌겠나. 이미 돈은 냈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다녀봐야지.
그런데 이제는 마이솔 방식이 편하다. 매일 수련을 하다보니 이제 몸이 동작을 기억하고 있고, 머리를 안쓰고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잘 안되는 동작에서는 선생님이 잡아주신다. 아무 생각없이 하다보면 순서는 여전히 가끔 틀리긴 하는데 그때는 요가원 전면에 걸려 있는 아쉬탕가 시퀀스가 적힌 포스터를 슬쩍 컨닝하면 된다. (사실 대놓고 보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데 어쩐지 부끄러워서 여전히 몰래 컨닝을 한다.)
마이솔 방식이 좋아진 것은 말 그대로 내 호흡에 맞게 수련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하타요가를 힘들어 했다. 뭔가 한 동작에 오래도록 머무는 일이 나는 너무 너무 너무 괴롭다. 잘되는 동작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전굴처럼 잘 안되는 동작에서 오래 머물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일들이 나만 너무 힘들고 못하는 것 같아서 더 괴롭고 짜증이 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프다. 아픈 걸 참고 있는 게 정말이지 싫다. 그런데 아쉬탕가는 딱 호흡 5번만 하고 흘려보내면 된다. 일부러 빨리 쉬는건 아니지만, 호흡 5번이라는 횟수를 채우면 합법적(?)으로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너무 매력적이다. 안되는 것을 계속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된다. 그냥 '다음에 하지 뭐' 라면서 흘려보내면 된다.
2. 6개월 매일 수련의 변화
힘이 엄청 세졌다.. 진짜 내가 생각해도 깜짝 놀랄 정도로 힘이 붙었다. 그 전에도 요가를 다녔지만, 매일 가지 않아서 그런지, 이완요가와 근력요가를 번갈아 해서 그런지 건강해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힘이 붙는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진짜 진짜 힘이 세다. 어느정도로 힘이 세졌냐면,,, 처음에 나는 차트랑가를 내려가는 것도 무릎을 대고도 픽픽, 쓰러졌다. 팔굼치가 옆으로 벌어지고, 힘이 없어서 배가 땅으로 푸식, 하고 꺼지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머리서기는 대충 2-3개월차에 성공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아쉬탕가 프라이머리 풀 시퀀스를 다 해볼 수 있을만큼 체력이 붙었다. 2-3년전쯤엔 머리서기가 너무너무 하고 싶었는데 마음만 앞서서 하지 못했었다. 아무리 하려고 해도 안되니까 낙담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하루 요가에서 수련하면서는 그냥 안되면 내일 또 해보면 되지 마음으로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되었던 동작이었다. 그게 참 신기하다. 하려고 기를 쓰고 애쓰고 힘을 뺄때는 오히려 안되던 일이, 마음을 내려놓고 안되면 말고~ 라는 마음이 되니까 꽤 금방 알게 되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는 게 이렇게 중요한가 보다..(여전히 본업에선 그게 잘 안된다.)
차크라아사나라는 뒤구르기 동작도 그렇다. 뒤구르기가 안된 역사는 중학생때부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때도 뒤구르기를 하고 싶었는데 결국 못해서 나는 뒤구르기가 안되는 사람인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는 뒤구르기를 굳이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것도 그냥 안되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또 되는 날이 왔다.
물론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여전히 안되는 것도 있다. 바로 전굴과 다운독인데, 아무래도 나의 짧은 햄스트링은 나보다 더 고집인 센 것 같다. 내가 힘을 많이 쓰는 동작을 할 때 이제 막 수련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옆에서 내가 몸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모습을 부러워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반대로 전굴과 다운독이 잘 되는 사람들이 부럽다. 전굴과 다운독 만큼은 오늘 요가를 난생 처음 해본 사람보다도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전굴을 하는 동작마다 무릎 뒤쪽 오금이 저리고 다리가 굽어져 그 상태로 꼼짝을 않는다. 어제까지도 조금 이완되었나 싶다가도, 오늘은 또 안되는게 나의 전굴과 다운독이다. 그런데 이제 그렇게 조급해 하지는 않는다. 안되면 할 수 없지, 뭐. 싶기 때문이다. 잘 되면 좋겠지만, 안 되어도 어쩔 수 없고, 6개월간 매일 열심히 했는데 잘 안되는 거라면 그냥 내 몸이 이렇게 생긴 거다. (인간에게는 언어습득을 할 수 있는 '언어의 결정적 시기'가 있다고 하는데, 왠지 햄스트링에도 '햄스트링 결정적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머리서기와 차크라아사나처럼 어느날 갑자기 다운독이 뾰족한 산 모양으로 되면 또 좋겠지만, 그냥 이렇게 오늘도 아프지 않고 오늘 하루만큼의 요가를 할 수 있다는게 지금은 좋다.
함께 요가원에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는 마음으로 후기를 길게 남겨보았다. 기왕에 해볼거면 나처럼 얼덜결에 장기등록을 해버리는 바람에 어쩌다보니 꾸준히 하는 것도 좋겠다 싶다. 첫날 수업에 들어갔을때 함께 수업을 들으셨던 분은 원데이클래스를 듣고 등록하지 않으셨다. 수업방식이 낯설었던 것 같다. 나도 원데이로만 들었다면 그날 수업을 끝으로 더이상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모든 운동이 다 그렇긴 하겠지만, 꾸준히 오래 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아쉬탕가 요가가 특히 그런 것 같다. 일단 동작을 몸으로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고, 몸이 그 동작들을 기억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요령을 체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몸으로 하는 일들이 다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재촉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보면 어제까지도 안되던 것이 오늘 갑자기 되기도 하고, 분명한 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달라지지 않아도 지난 달의 나와 이번 달의 나는 다르다는 걸 내가 느낄 수 있다. 6개월 전의 나보다 나는 지금 매우 강하다. 매일매일 강해지는 느낌을 요가원에 와서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힘이 세서 뭐가 좋은지는 힘이 세져보면 안다. 팔이랑 등이랑 어깨가 단단해지면 그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함께 강해지자.
+ 아, 그런데 한가지...!
아쉬탕가 요가가 팔 힘을 많이 쓰고 몸을 계속 들다보니 사람들이 자꾸만 손목이 아파서 못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나의 약간의 팁을 공유하자면, 꼭, 꼭 반드시 손목의 방향을 신경써서 힘을 써야 한다. 빈야사(차트랑가)를 할때도 그렇고, 몸을 드는 모든 동작에 적용된다.
힘의 방향은 검지가 정면을 향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래야 손목에 무리가 덜 가고, 아프지 않게 제대로 된 힘이 길러진다. 나도 여전히 늘 빈야사 동작을 할때마다, 우뜨플르띠와 수탁꾸르마?, 박카사나 등등 손을 써서 몸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할때마다 늘 신경쓰고 있다. 빨리/잘 하는 것보다 안아프게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야 다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지가 정면을 향하게 하고 힘을 검지와 엄지에 집중해서, 손목보다는 손바닥 전체로 주는 것은 매우매우 중요하다.
이건 나보다 더 잘 설명한 전문가가 있으니 공유한다. 아쉬탕가하면서 손목이 아파서 못하시겠다는 분들은 이걸 보고 와서 같이 수련하시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BlVF1Phm4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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