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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과를 나왔다. 졸업하고 방송국 주변을 기웃거렸다. 대충 PD가 적성에 맞았다.
그런데 뭔가를 혼자서도 만들고 싶은데 할 줄 모르니까 답답했다.
그래서 개발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개발을 하다보니 아트가 필요하더라. 그래서 3D 모델링도 배우게 되었다.
그렇게 기획을 하고, 개발을 하고, 창작을 했다.
꽤나 열정적으로 열심히 배웠고, 그 때 만들었던 것들로 꽤 큰 상들도 받았다.
그리고 돌아돌아 다시 나는 어쩐지 PM일을 하고 있다.
기획을 하고 관리를 하는 일이 적성에 더 잘 맞기 때문이다.
골머리를 썩여가며 버그를 해결했을 때의 쾌감보다는, 한땀한땀 조각하듯 세밀하고 정교한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전체를 보며, 팀의 방향을 제시하고 나아가는 일이 내게 더 익숙하고 편하고 잘하고 즐거웠기 때문에.
그리고 그 능력이야말로 바로 내가 평생에 걸쳐 쌓은 능력이 아닌가.
다만, 이전에 PD를 하려했을때와 개발과 아트를 모두 이해하게 된 지금, 달라진 것은 상당하다.
바로 뜬구름 잡는 기획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프로그래머와 이야기 할 땐 프로그래머의 언어로, 아트와 이야기 할땐 아트의 언어로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디자이너에겐 디자이너의 언어가 필요하고 개발자에겐 개발자의 언어가 필요하다. 이들의 언어를 잘 알게 되니 요청을 하고 기획을 빌드-업 하기가 수월해졌다.
그래서 지금 나는 IT분야의 PM를 하고 있게 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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